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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신데렐라의 기원은 중국??

샛별 이주현 2006. 11. 2. 00:08

얼마전 TV를 보다가 무심코 '디스커버리'를 보게 되었다.

예쁜 중국인 리포터가 나와 이야기를 진행하는 방식이었는데(우리가 흔히 보는 다큐멘터리식의) 그 여자를 보다가(늘 이러지는 않는다. -.-;) 문득 그 방송의 내용까지 보게 되었다. 이야기의 주제는 '신데렐라'였다. 우리가 흔히 아는 가련한 비운의 여주인공이 결국은 권선징악이라는 다소 지리한 주제에 따라 결국은 잘난 왕자랑 만나 행복하게 산다는 해피엔딩 동화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세계에 널리 퍼져있는 이야기가 바로 이 신데렐라가 아닐까 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그 신데렐라 이야기의 기원이 중국일지도 모른다는 식의 리포터의 말과 나레이션의 목소리였다.

 

그 내용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신데렐라 이야기는 이미 중국에서 오래전부터 전해진 이야기인데 그 내용이『유양잡조(酉陽雜俎)』에 실려있다는 것이다.『유양잡조』는 9세기경 당나라의 단성식(段成式)이 지은 수필집으로 황당무계한 이야기를 비롯하여 도서 · 의식(衣食) · 풍습 · 동식물 · 의학 · 종교 · 인사(人事) 등 온갖 사항에 관한 것을 탁월한 문장으로 흥미있게 기술한 책이다. 아직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아마도 주인장의 생각에는 18세기 청대 포송령(蒲松齡)이 지은『요재지이(聊齋志異)』와 비슷한 내용이 들어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그『유양잡조』에 신데렐라의 내용과 틀이 같은 이야기가 등장한다는 사실이다. 신발이 매개체가 된다는 사실이 특히 그러한데, 신데렐라의 내용은 현재 전세계에 500여종이나 된다고 한다. 특히 네덜란드에서는 남자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등 이본(異本)이 많은데 특히 1634년 처음으로 서양에 등장한 이탈리아식 신데렐라에서는 여주인공이 계모의 목을 부러뜨려 죽이는 것으로 끝이 나 있다고도 했다.

 

일단 신데렐라와 구조가 비슷한 이야기가 세계에서 가장 빨리, 중국에서 발견된다는 것에 일단 촛점이 맞춰졌다. 그럼 중국에서 어떻게 신데렐라가 전해졌는지를 파악해야 순서일 것이다.『유양잡조』의 저자인 단성식, 즉 뚜잉칭스의 아버지는 당시 중국 남부를 다스리는 관리였는데 아마도 이때 단성식은 이 이야기를 접했으리라고 말하고 있다. 그의 시종이 광시성 소수민족인 리수위엔이라는 자였는데 그가 예전부터 알고 있던 구전설화를 단성식이 성문화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외교관직을 겸했는데 그때 실크로드를 타고 중국으로 넘어왔던 서역인 혹은 서양인에게 그 이야기를 전해주게 되었고, 그것이 곧 서양에 넘어가서 신데렐라가 되었다는 것이 방송의 주요 논지였다.

 

더불어 그들은『유양잡조』의 이야기가 과연 어디에서 전해진 것인지, 라는 의문을 품고 더 추적하게 된다. 그 결과, 중국 남부 '좡족'이라는 소수민족의 구전설화(그들조차도 너무 오래되서 이제는 아는 사람이 거의 없는)가 전해져 오늘날 중국판 신데렐라로 자리잡게 되었다는 해석도 곁들였다.『유양잡조』에 실린 중국판 신데렐라의 내용은 대략 다음과 같다.

 

예전에 우씨[吳氏] 성을 가진 '입훔'이라 불리는 여인이 살고 있었다. 그녀는 어려서부터 높고 험한 산에 가서 나무를 하고 물을 길어오는 등 힘들게 살았는데 이는 다 계모와 새언니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꿋꿋히 살았고 어느날 물고기 한마리를 구해주게 되고 둘은 친구가 된다. 하지만 계모와 새언니는 이를 알고 그 생선을 요리해서 먹었고 그 뼈를 쓰레기장에 버렸다. 입훔은 그 뼈들을 모아 통에 담아두고 하루종일 울다가 지쳤다. 그러자 한밤중에 그 뼈에서 빛이 새어나왔고 그녀에게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했다 한다. 그러자 그녀는 먼저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다고 한다. 첫번째 소원으로 난생 처음 맛난 음식을 먹은 그녀는 이어 민족의 전통축제, 이른바 짝짓기축제에 가고 싶다는 말을 한다. 이윽고 자수가 곁들여진 치마와 털이 달린 푸른색 블라우스, 황금색 신발과 각종 장신구가 마련되고 그녀는 그것을 입고 축제에 갔다고 한다. 하지만 그녀는 거기서 황금색 신발을 잃어버리고 어떤 이가 그것을 주워다가 이웃나라 왕자에게 팔게 된다. 그리고 그 왕자는 그 신발의 주인공을 찾아 둘은 행복하게 살았다.

 

우리가 오늘날 알고 있는 신데렐라 이야기와 상당히 흡사하며 오히려 내용의 개연성에 있어서 서양식 신데렐라보다 훨씬 잘 만들어진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왜냐하면 서양식 신데렐라에서는 왜 주인공이 궁전의 파티에 참석하는지, 그 파티가 왜 치뤄지는지 등에 대한 설명이 부족한데다가 단순한 로맨스에만 촛점을 맞췄기 때문에 이처럼 당시의 문화나 생활상에 대한 묘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단순한 이야기일 뿐이다. 암튼 방송에서는 중국판 신데렐라에 나오는 여러 요소들이 오늘날 중국 남부 소수민족인 좡족의 생활풍습이나 민속과 흡사하다는 것(물고기가 신비한 동물이라는 점, 각종 의상과 장신구의 묘사 등)을 확인했고, 실제 그 마을에 가서 그 구전설화가 좡족의 설화인 것도 확인을 했다. 그로써 신데렐라에 대한 방송은 끝을 맺었다.

 

방송을 다 보고 난 다음에 든 주인장의 생각은 정말 신데렐라가 중국에서 기원했을까? 하는 점이었다.

 

왜냐하면 이런 류의 이야기는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전세계적으로 퍼져있고 그 종류는 500여종에 달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는 대표적으로 '콩쥐팥쥐' 이야기가 여기에 해당할텐데 그것을 두고 중국설화의 영향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손병국, 2003,「한국설화에 미친 중국설화의 영향-유양잡조를 중심으로-」『인문사회과학논문집』31, 광운대학교 인문사회과학연구소,  p.38). 이는 우리나라에도 본래 그러한 구전설화가 있었다가 훗날『유양잡조』의 영향으로 우리가 오늘날 아는 콩쥐팥쥐 이야기가 만들어지게 되었다고 봐야할 것이다. 또한 콩쥐팥쥐 이야기 또한 점점 동화로서 시대를 불문하고 어린아이들이 즐겨 보는 이야기가 되자 내용은 더 쉽고, 재미있게 바뀌었는데 중국판 신데렐라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본래 이 중국판 신데렐라 이야기는『유양잡조』전체 이야기 중 상당히 내용이 긴데다가 무거운 내용을 실은 이야기였는데 이것이 후대로 갈수록 보다 대중화된 것이라니 말이다.

 

암튼, 이처럼 전세계에 보편적으로 등장하는 신데렐라 이야기를 마치 중국에서 기원해 전세계로 퍼져나갔다는 식으로 해석한 디스커버리 방송이 솔직히 탐탁치가 않았다. 예전에 차에 대해서도 글을 쓸때 이야기 했지만 전세계적에서 확인되는 보편적인 문화적 현상에 대해서 얘기할때 그 문화적 요소가 가장 많이 확인된다고 해서, 가장 많이 보존된다고 해서 그 지역에서 기원해 다른 지역으로 전파되었다는 식으로 해석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이 신데렐라 이야기 또한 마찬가지인데, 마치 단성식이『유양잡조』를 쓸때 수집해서 외교관 업무를 수행하면서 타국인들에게 전해줬다는 식의 해석은 얼마나 우스운지 몰랐다. 이야기 전파에 대한 어떠한 개연성도, 증빙도 없이 단순히 중국에서 가장 먼저 확인되니까 당연히 중국에서 퍼져나갔을 것이고 그 과정을 억지로 맞춘 견강부회에 불과한 해석이었다.

 

분명 주인장은 이전에는 이러한 신데렐라 이야기에 신경을 쓰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이 디스커버리 방송이 그러한 부분에 대해 새로운 사실을 알려줘서 고맙기는 하지만 전체적인 내용 전개는 분명히 실망스러웠다. 디스커버리답지 못하게 말이다. 암튼, 이 방송을 보고 이 글을 쓰면서 인터넷을 찾아보니『신데렐라 천년의 여행』(주경철, 2005, 산처럼)이라는 책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내용을 보니 주인장이 언급한 이와 같은 내용이 들어있던데 나중에 한번 무슨 얘기를 하는지 볼 생각이다. 이를 보면서 정말 공부할 것도 엄청나게 많고, 주인장이 모르는 것도 엄청나게 많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다.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신데렐라 이야기만 해도 이처럼 모르는 것 투성이니 말이다. 어쨌든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부분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어서 정말 재밌는 시간이었다.

 

마지막으로 위에도 언급하고 있지만, 콩쥐팥쥐 이야기 이외의 다른 한국설화도 언급하면서『유양잡조』에 기록된 중국설화와 비교 · 분석하고 있기에 손병국의 논문을 첨부하도록 하겠다.

출처 : 뿌리아름역사동아리
글쓴이 : 麗輝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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