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현 -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서평
우리가 꿈꾸는 미래의 세계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을 읽고
우리는 어려서부터 미술시간에 밤하늘에 떠 있는 미래 우주선을 그리며 우주여행을 꿈꾸어왔다. 그렇게 우리가 그려왔던 꿈은 현재 이루어졌고 현실에서 팩트가 되었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우리가 아직 맞이하지 않은 먼 미래의 삶을 그린 7개의 단편소설들로 이루어졌다. 이 단편들은 러시아 형식주의자인 쉬클롭스키가 개념화한 낯설게하기 기법을 연상케 한다. 낯설게하기란 일상의 대상과 현상의 본질을 ‘낯설게’ 만듦으로써 그 대상과 현상을 새로운 시각과 인식의 틀로 형상화하는 장치이다. 일곱 작품에서 드러나는 낯설게하기는 대부분 장소와 인물들에서 나타난다. 장소는 미래의 공간으로 설정되었기 때문에 낯설고 신비롭다. 지구 외의 낯선 행성의 장소들과 지구에서 그곳을 오가는 미래의 인물들로 설정되어 있어 행성을 오가는 장치가 마치 해외여행 가는 것처럼 그려졌다.
첫 번째 작품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에서는 성인식을 치루기 위해 이동선을 타고 떠나는 성지순례지 장소 행성인 시초지와 개조인과 비개조인의 인물로 설정되어 있다. 순례를 떠난 자들은 1년 뒤에 성숙된 성인이 되어 돌아오는데 해마다 돌아오는 사람은 절반도 안된다. 데이지는 뒤뜰 서가의 금서구역에 갔다가 이타사의 삶을 접하게 되고 책속에서 순례의식을 만들고 마을 설립자인 릴리와 올리브의 삶을 들여다보게 된다. 그러면서 순례자들이 왜 돌아오지 않았는지의 의문이 서서히 풀리게 된다.
두 번째 작품 「스펙트럼」도 우주의 이야기다. 손녀가 화자가 되어 스카이랩 연구자이자 우주 탐사대원이었던 할머니가 만난 외계인(원시인 같은 모습) 이야기와 할머니 희진의 우주경험 이야기로 풀어간다. 할머니가 만난 원시인 같은 외계인과 그들의 원시적인 삶은 문명이 발달되기 전 원시시대처럼 느껴진다.
세 번째 작품 「공생가설」 은 미래 지구의 삶을 재현한 소설로 보육로봇과 갓난아기와 동물들의 울음소리를 분석하여 말을 전달하는 미래의 물건 통역기 이야기다. 동물 통역기는 20년 전 쯤 나도 동화에 등장시켰던 적이 있다. 현재 강아지 통역기 또는 번역기가 이미 시판되고 있어 통역기의 설정은 신선하지는 않았다.
네 번째 작품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제3의 행성인 슬램포니아로 가기 위해 지구로 돌아가지 않고 여러 회사의 공용 우주정거장에서 생활하고 있는 안나의 이야기다. 안나는 전직 엔지니어로 남은 여생을 행성을 여행하고 싶어 우주에 남아 나이가 먹은 할머니다. 할머니는 개인 소유의 작은 우주선(셔틀)을 소유하고 있는데 위성관리업체직원에 의해 발견되어 지구로 돌아가길 권유받지만 결국 지구로 돌아가지 않고 낡은 개인 우주선을 타고 슬램포니아 행성계로 홀로 떠난다.
다섯 번째 작품 「감정의 물성」은 사람의 감정을 사로잡는 물성인 낯선 미래 물건에 대한 이야기다. 초록색의 네모난 자갈같이 생긴 ‘감정의 물성’은 이모셔널 솔리드에서 만든 물건인데 사람들은 이 물건을 통해 공포체, 우울체 등 여러 감정들을 경험하며 기계의 문제점을 발견해 간다.
여섯 번째 작품 「관내분실」은 추모를 위한 가상현실세계 공간인 마인드 도서관에 대한 이야기다. 스토리는 지민이 산후우울증으로 자살한 엄마가 보고 싶어 가상의 엄마를 만나기 위해 마인드 도서관에 찾아갔다가 엄마의 데이터가 삭제되어 데이터를 되살리는 과정의 이야기다. 마인드 도서관은 마인드에게 건낼 수 있는 데이터를 판매하여 영혼이 데이터로 이식되어 영혼이 가상의 인물이 되어 만나게 해주는 장소이다.
「나의 우주 영웅에 대하여」는 우주인 가윤이 우주인 후보가 되어 신체개조과정을 보여주며 사이보그 우주비행사였던 재경이모의 희생과 함께 이야기를 엮어간다. 재경이모는 터널을 통과하지 않았지만 가윤은 터널을 지나 우주 행성에 도착한다. 하지만 가윤은 그 터널너머 세계의 특별하지 않은 지구의 어딘가에 와 있는 것 같은 느낌에 이모의 마음을 공감한다. 사람들은 자기가 가보지 않은 어딘가에는 뭔가 특별함이 있을 것 같은 기대감을 갖고 도전하기도 한다.
코로나19를 겪은 현재의 아이들은 미술 시간에 어떤 상상화를 그리고 있을까? 아이들의 도화지에 담긴 그림이 부정적인 미래가 아닌 긍정적인 미래 모습이었으면 좋겠다.